"사람의 얼굴은 세번 변한다"고 했다.

언제 변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내 얼굴은 분명 마지막 모습에 더 가까울 것이다.


마지막에 가깝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다.

세계 일주를 해야 한다.

특히 북유럽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들어봐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들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영어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집사람이 원하는 불가리아의 우유니 사막을 봐야 한다.

나도 보고 싶다.

그리고 캐나다 대륙 횡당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자다 일어나다. 그러다 자연의 감동을 받고 싶다.


이 나라에서 살다가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다.

이 넘의 정치 !

이 정치 때문에 내 관심사와 내 인생이 이렇게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다.

젊은 날에는 그렇게 관심도 없던 정치가 

이제는 내 인생의 가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기준이 될 줄이야 

내 젊었을 때는 정말 몰랐다.

우리 나라 정치의 수준이 내 행복에 영향을 주게 될 줄은. 


내 아들도 중요하지만 내 아들을 위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

한번뿐인 인생이다. 

이 세상 저 너머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최대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다가 이 생을 마치고 싶다.

내 아들이 언젠가 이 글을 읽고 아버진의 진심을 알고,

스스로도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2시 57분. 신파조로 가는 시간이다.

그렇지만 분명 내 진심은 ....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는 것이다. 


집사람, 

다시 태어나도 후회없는 선택이다.   

저승에서도 이승의 기억이 있다면...

집사람을 택할 것이다.

너무 고맙고, 가녀린 사람이다. 

전라도의 가부장장적인 환경에 너무 데인(!) 남자가

제주도의 남성 권위주의 환경에 익숙한 여자를 만났을때....

너무 고마운것이다.

너무 안쓰러운것이다.

내가 그사람을 조금 더 행복하게 못해준것이 미안하다.


하아...

나는 이 땅이 너무 좁다.

나는 죽기전에 이 땅을 벗어나서 살고 싶다. 


생명이 유한한 것을 거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궁금한 것을 그냥 묻고 그냥 저쪽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이 땅이 아닌 다른 땅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행복하다고 하는 그 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분명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근데 뭐가 이렇게 불만일까?

이 불만의 정체는 뭘까?

난 궁금하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은 인정하는데....

난 궁금하다.






+ Recent posts